비건잡설


Amber Locke




당장 생각하기에 채식은 자연환경에 좋을 것처럼 보인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근거가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 곡물 16kg이 필요하다는 둥 하는 이야기다. 그 결과 과도하게 넓은 면적의 경작지를 일구게 된다는 것. 제인 구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정도로 유명한 논리다. 채식주의 진영에선 16kg을 이야기하고, 미국 축산협회 측에서는 4.5kg를 주장한다. 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터이다.


근데,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대신 곡물 16kg을 우리가 그대로 먹는다고 치면 아무 문제도 없이 잘 굴러가는 이상적인 식생활이 펼쳐질까.


소고기 무게의 25% 정도가 단백질이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도 크게 비율이 다르지 않다. 밀의 경우는 10% 내외, 쌀은 2% 내외의 단백질 함량을 보인다. 간단히 말해서 소고기 1kg과 같은 양의 단백질을 먹기 위해서는 밀 2.5kg 혹은 쌀 12kg을 먹어야 한다. 반면 콩은 40% 내외의 단백질 함량을 보이는 고단백식품이긴 하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단백질 섭취원으로서 쌀을 활용하는 건 오히려 경작지를 더 넓혀야 하는 모순에 빠지고, 밀로 대체하는 것은 그럭저럭 수지가 괜찮아 보인다. 단백질을 얻기 위해 과도한 탄수화물을 같이 먹게 된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콩은 아주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문제는 인간이 애초에 잡식성 동물로 진화한 탓에,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단백질 조각이 많다는 점이다. 단백질을 최소단위로 토막친 조각을 아미노산이라고 부른다. 총 20종의 아미노산 중 5종은 몸 안에서 쉽게 합성되고, 6종은 몸 상태가 정상이라면 제대로 합성된다. 여기서 합성은 다른 종류의 아미노산을 이용해서 목표로 하는 아미노산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문제는 9종의 필수아미노산이다. 몸 안에서 제대로 합성이 안되기 때문에 무조건 음식을 통해 얻는 수 밖에 없다. 성장기라면 아르지닌과 히스티딘 2종이 추가된다. 어른은 제대로 합성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정교하게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맞춘 비건 식단이라고 해도 아이들의 성장을 극적으로 박살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물과 동물의 진화경로가 꽤나 상이했던 탓에 몸에 지니고 있는 아미노산의 종류도 꽤나 다르다. 각각의 식물종은 특정 아미노산을 집중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필수아미노산을 전부 가지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전부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특정한 아미노산의 양이 의미 없을 정도로 미미한 경우가 잦다. 반면 육식을 병행할 경우 쉽게 저 모든 아미노산 균형을 맞춰갈 수 있게 된다.


콩은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지만 필수아미노산을 다 갖추고 있지 못하다. 추가적으로 콩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물질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남성의 경우 단백질 보충을 위해 콩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정자의 운동량이나 성기능 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본 일이 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단백질을 먹어야만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잡식동물이고, 그 전제를 놓고 채식과 육식을 비교하면 채식이 그다지 환경학적으로 메리트가 큰지 의문이 든다. 단백질이 주는 감칠맛과 식감을 포기하고 음식을 만드느라 들어가는 공과 에너지를 생각하고, 특정한 아미노산을 섭취하기 위해 특정한 식물종을 국제운송하는 데에 드는 석유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부가적으로 이러한 아미노산의 섭취 비율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게, 일반인들에게 가능한 수준의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