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엔 자살하자.
by 당근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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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itent Mary Magdalen, Oil on canvas, 118 x 97 cm (46 1/2 x 38 in), Hermitage, St. Petersburg


어제 웃기지도 않는 포스팅을 갈긴다고 오래 전 들었었던 노래를 들었다.
해후의 우주.
애전사.
뭐 그딴 것들.


달달 외웠던 가사들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고,
그럼에도 그 음율에서 향수를 느낀다는 것 또한 새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다.
몇 년을 그 강물에서 헤엄쳤었는가.

사실 2년 반 전의 그 결심은 결국엔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그 강물에서 계속 자맥질하는 것이 옳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그러하다면 나는 그녀를 증오함이 맞을 것이다.

간밤의 꿈에서 그녀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by 당근매니아 | 2010/02/05 16:13 | 일일잡설Diary | 트랙백 | 덧글(4) | ▲ Top
마 쿠베처럼 살자



퍼스트건담을 보았을 때를 생각한다.
나는 어렸고, 1979년에 첫방송된 43화짜리 TV 애니메이션은 히브리 신화 같았다.
지루했지만 보았고, 외웠다.
탈출구라고 생각했다. 마치 히브리 신화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극장판을 보았다. 서로 다른 점을 집어냈다.
그래서 나는 마 쿠베를 기억한다.

TV판의 그는 처참히 죽는다.
콜로니 '텍사스'에 함정을 파놓고 스스로 MS 조종석에 올라 목마를 기다리다가,
아무로의 빔샤벨에 녹아 죽는다.
그는 마지막에 키시리아를 부른다.
키시리아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극장판의 그는 죽지 않는다.
콜로니 '텍사스'의 에피소드는 아예 삭제되었고,
마 쿠베는 자비의 어린 딸을 태운 함선을 지휘하며 먼 곳을 향해 도망친다.
키시리아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무의미하다.

새로 만들어져 극장에 걸린 '해후의 우주'에서 그가 살아남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마 쿠베 대령은 애초에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살아도 죽어도 전체 흐름과 인과는 어긋나지 않는다.
그가 죽기를 각오하고 YMS-15의 콕핏에서 싸울 때 화면은 라라아와 아무로를 비췄다.
그가 죽어도 키시리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마 쿠베의 도자기는 결국 그녀에게 닿지 못했을 것이다.

그처럼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근 3년 만에 해후의 우주를 듣는다.
가사가 기억나지 않아 당황한다, 히브리 신화처럼.

yes, my sweet
yes, my sweetest
i wanna get back where you were.
사랑스러운 그대여, 다시 한 번.
by 당근매니아 | 2010/02/04 15:52 | 일일잡설Diary | 트랙백 | 덧글(3) | ▲ Top
자폐증 테스트

Pierre Bonnard, Model in Backlight, 1907


http://hahong.org/q/aq/ans.php?show

-테스트 링크



당신의 자폐증 지수(AQ)는 30점 입니다. 이 점수는 다소 평균에서 벗어난 결과이며 경우에 따라 당신은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결과 해석을 참고하세요.




.............



시발?
by 당근매니아 | 2010/02/02 21:23 | 일일잡설Diary | 트랙백(1) | 덧글(10) | ▲ Top
망할 놈의 바이러스......

이정민, 권태 Boredom, 캔버스에 먹, 아크릴채색, 27.5×45.5cm, 2009


웜이니 트로잔이니 그런 건 많이 봤었는데
왠 rootkit이라는 게 있더군요.
정확히는 win32/rootkit.gen 이라는 놈에 감염되서 개고생을 했습니다.

대충 하는 짓을 보니,
1. 시스템 폴더 내 복원 파트에 중심 파일을 만들고,
2. 각 root 폴더에 숨김 설정되어 있는 자기 복사체를 남김과 동시에,
3. root 폴더마다 autorun 파일을 만들어서 root 폴더 접속을 어렵게 하고,
4. 폴더에서 숨김파일 보기와 시스템 파일보기를 활성화시킬 수 없게 해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5. 1이나 2가 부분적으로 삭제되면 남아있는 다른 부분으로 해당 파일을 다시 재구성하는-_-....

결론적으로 엿 같다는 겁니다.

시스템 복원 끄고, anti-rootkit 프로그램을 몇번이나 반복해서 돌린 뒤에야 해결이 됐습니다.
지금보니 관련 프로그램만 다섯개를 받아놨네요.
avast에서 제공하는 aswar가 gmer 베이스이고 gmer보다 사용하기 쉽더군요.

어제 대충 다 처리한 뒤 방금 전에야 root 폴더가 새창에서 열리는 현상을 고쳤습니다.
autorun 말고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루트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여튼 간에 레지까지 건드리고 오랜만에 뻘짓 거하게 했습니다.
by 당근매니아 | 2010/02/01 16:30 | 일일잡설Diary | 트랙백 | 덧글(1) | ▲ Top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마문호, 자생-난무, 종이에 유채, 262×274cm, 1998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은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우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절창이다.
by 당근매니아 | 2010/01/31 18:32 | 일일잡설Diary | 트랙백 | 덧글(1)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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