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이1
어차피 전 사람 많고 복작대는 거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과 인싸 같은 사람도 아니라서 축제에 껴서 놀아본 적 없어요.
아마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그래서 아이유를 부르든 인디밴드를 부르든 별 상관 없어요.
그 전제를 깔고 쓰는 거에요.
나름 도망갈 구멍 미리 만드는 거죠. 이런 건 확실히 해둬야 해요.
2
학교 축제만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해요.
어차피 대학은 고등학교와 취직자리 사이에 있는 일개 교육기관으로 전락한 지 오래고,
이 글을 읽는 당신과 저는 어떤 공동체 의식 같은 걸 거의 느끼지 못해요.
어차피 아무리 길어봐야 10년 내에 나는 여기를 지나가 버릴 거고,
특수한 경우가 아닌 경우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에요.
'그러므로 그대들과 나는 영원한 남으로서 서로 복'될 수 있겠네요.
좋아요. 그렇다 쳐요.
전 개인주의를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선호하는 편이죠.
중요한 건 이제 우리가 총학이니 전학대회니 그런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에요.
투표를 하라고 해서 하긴 하는데 교내 문제가 뭔지는 모르고,
각 진영이 뭘 어쩌겠다는 건지도 알지 못해요.
말했잖아요. 우리는 어차피 이 컨베이어 벨트를 수년 내로 지나가 버릴 거에요.
바이바이.
그 사람들이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그럴 뿐이라고요?
그런 자리에서 나선 사람들은 당신 귀에 대고 하나하나 조곤조곤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고요?
천만에요. 당신이 관심이 없는 거에요. 남 탓은 편하지만 동시에 자기 뇌를 갉아 먹어요.
3
동연과 총학이 뭘 어쩌고 있는지 전 잘 모르겠어요.
말했다시피 전 그냥 학교에 '다니는' 인간이라서요.
당신과 비슷하죠.
다만 소통하지 않으려 해서, 의논하려 하지 않아서 거부감이 든다는 말은 듣기 우스워요.
축제 준비 위원회 참여 지원 받는다는 대문짝만한 포스터는 제 눈에만 보였나요.
찾아가서 뭔가 묻고 따지기에 총학실이 너무 먼 곳에 있었나요?
그런 데에 별로 시간 빼앗기긴 싫은데 축제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했으면 좋겠다구요?
무임승차라고 들어보셨나요 혹시?
네 그래요.
등록금 받아서 그 돈으로 하는 거에요.
학기 400 넘게 내는 돈 쪼개다가 축제 예산이 만들어지는 거고
그걸 학생들 재량으로 굴려서 즐겨보라고 돈이 나와요.
그 돈 굴린 내역 명시해달라는 건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이런 건 투명하게 해야 뒷말 안나오죠.
중요한 건 당신과 그 돈을 굴릴 권한이 그토록 유리되어 있었는가 하는 거에요.
총학이 기본적으로 주체이기 때문에 준비위원회에 들어가든 말든 한계가 있다구요?
사람을 모으세요. 시내에서 집회하고 하는 거 보신 적 없어요?
그런 촌스러운 거 별로 안좋아하시면 의자 앉아서 서명 받는 거라든지
아니면 사람 좀 모아서 단체로 위원회 다수를 점유하든지 하는 화이트칼라적 방법들이 있어요.
꽤 흥미롭지 않나요.
심지어 요새는 땅끄 없이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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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기타 정치색 관련 이야기들, 그런 것도 이야기 할까 하다가 관둘래요.
그냥 참 부지런하게들 사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이제 브루스 윌리스 나오는 영화는 왠만하면 보이콧해야하나 하는 고민이 잠깐 드네요.
이런 젠장. 내 책장에 전체주의적 만화책이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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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진보질 한 지 그 경력도 이제 꽤 된 거 같은데
언제나 이런 문제엔 답이 나와 있어요.
실제로 나가서 행동하는 쪽이, 입만 살아서 떠드는 쪽보다 무조건 의미있어요.
소통을 하고 싶고, 그 소통의 한쪽 주체가 되고 싶고, 힘을 발휘하고 싶다고요?
거시기 뭐야... 수백년 전부터 쓰던 것 중에 사발통문이라고 있고,
불란서에서는 바리케이드라는 것도 썼구요, 종이에 글 써서 붙이는 대자보라는 것도 있어요.
대답을 듣고 싶은데 상대가 무시해서 우리 세력을 보여야겠다 싶으시면
테이블 하나 깔고 사람들한테 서명 하나씩 받아서 들이미는 방법도 있구요.
그래서 결론은 전 이렇게 매번 입만 나불댄다는 거죠.
귀찮고 에너지도 없거든요.
입에 오르내리는 '다수'와 '대중'은 허상이에요.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증거를 가져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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